영화 <어느 가족> 리뷰 - 진짜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
《어느 가족》(Shoplifters, 2018)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통해 가족이라는 개념을 재조명한 작품입니다.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극찬을 받았으며, 일본뿐 아니라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작품이 제시하는 가족의 정의, 사회적 메시지, 감독의 시선에 대해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해보겠습니다.
1. 피보다 진한 유대, 선택된 가족의 의미
영화 《어느 가족》은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를 해체하고, 선택을 통해 형성된 유대가 얼마나 깊고 진실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혈연이 아닌 관계로 맺어진 인물들입니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부부처럼 살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쇼타는 이들의 자녀가 아니고, 할머니 하츠에 역시 가족이 아닌 사람들을 데려와 함께 살아갑니다. 여기에 친부모로부터 방치당한 어린 소녀 유리가 이 가족에 들어오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이들은 가난과 범죄라는 경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서로를 보듬고 아끼는 방식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따뜻합니다. 쇼타가 오사무와 함께 물건을 훔치러 다니는 장면은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삶의 생존 방식이자 소년과 아버지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리를 데려오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은 범죄라는 틀 안에서도 그들의 행동이 타인을 보호하고, 사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혈연이 없어도 함께 밥을 먹고, 하루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가족’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무엇이 진짜 가족을 만드는가? 이 영화는 감정이라는 대답을 조용히 전합니다.
2. 제도와 법의 경계, 인간다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어느 가족》은 단순한 휴먼 드라마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가족은 모두 사회 시스템 바깥에서 살아갑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연금에 의존한 노년, 보호받지 못한 아동, 그리고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족의 형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국가와 법의 시선은 이들을 ‘가짜 가족’으로 규정합니다. 유리를 데려온 일이 경찰에 발각되면서, 이들은 각자의 위치로 분리되고, 가족은 해체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리는 다시 친부모 곁으로 돌아가지만, 그곳은 여전히 학대와 방임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법은 아이의 안전보다 형식을 우선시하고, 진정한 보호는 무시됩니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관객에게 깊은 충격을 줍니다. 우리가 믿는 제도는 정말 인간을 위한 것인가? 형식적인 틀이 아니라 관계와 정서 중심으로 가족을 바라볼 수는 없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러한 질문을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아닌, 그들의 눈빛과 일상 속 모습으로 조용히 전달합니다. 법은 이들을 분리시켰지만, 영화는 그들을 더 강하게 연결시킵니다. 결국 《어느 가족》은 제도의 무정함과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대조시키며,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3. 영화가 남긴 여운과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질문
영화의 결말은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그 여운은 깊고 오래갑니다. 쇼타는 결국 보호시설로 보내지고, 유리는 친가정으로 돌아가며, 그들의 ‘가족’은 법적으로 해체됩니다. 하지만 관객은 그 과정이 행복의 회복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오히려 함께했던 가짜 가족 안에서 이들이 더 큰 사랑과 보호를 경험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유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따뜻했던 일상을 그리워합니다. 쇼타 역시 오사무를 향해 마지막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눈물 짓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관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감독은 말없이 삶의 이면을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듭니다. 누가 진짜 가족이었는가? 함께 살아간 시간, 서로를 지켜주었던 기억, 그것이 바로 진짜 가족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어느 가족》은 우리가 너무 쉽게 ‘정상’이라 정의해버린 가족이라는 개념에 균열을 가합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은 각자 자신의 삶에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며, 때로는 관계의 형식보다 감정과 진심이 더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게 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로 관객의 마음에 묵직한 질문을 남깁니다. 가족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가족일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진짜 가족이 될 수 없을까?